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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J

(@dotty_J8)

글: 비사팅

(@jmj_021034)

아드리앙.

언젠가 불렀던 이름이었다.

마리네뜨는 입속에 머물던 말을 삼키고 그의 이름을 입속에서 굴렸다.

눈을 접어 미소를 지은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루카."

 

ㅡㅡㅡ

 

마리네뜨.

평범한 소녀.

특별한 게 없는 나에게 특별한 일이 생겼다. 마법처럼 다가온 어느 날에 일이었다.

설명하자면 길고 말하자면 복잡한 이야기는 많은 고난과 행복이 담겨있었다.

오늘 마리네뜨는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밤은 고요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가끔씩 놀러 오는 고양이와 놀아주던가 밤이 샐 때까지 티키와 수다를 떨 때도 있었다.

그런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는 다소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면 깊어갈수록 생각은 깊어졌다.

"마리네뜨!"

"루카? 여기 어쩐 일이에요..?"

"급하게 잡아서 미안한데 잠시만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다름 아닌 할 말이 있어서.."

집으로 걸어가는 날 다급하게 붙잡은 그가 답지 않게 볼을 붉히며 쭈뼛거렸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어쩐지 익숙한 모습에 마리네뜨는 그 모습이 자신과 닮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좋아해."

담백하고 갑작스러운 말은 당황을 안겨주었다. "좋아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붉었으나 목소리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마리네뜨는 그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해 그 상황을 덤덤히 넘어갈뻔했다.

그러나 잠시 뒤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마리네뜨의 얼굴은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네, 네네? 루, 루카 방금 뭐라고요? 좋아해요?..... 절?"

 

그녀의 동공은 흔들렸고 얼굴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응."

목소리만 들으면 루카는 고백하는 사람인지도 모를뻔했다. 차분하고 웃음기 없는 목소리와 붉은 얼굴은 매치되지 않았다.

마리네뜨는 평소와 다른 루카의 얼굴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성을 되찾았다.

"그러니까 좋아한다고요...? 저를요?"

루카는 혼란스러운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왜?

잠시 입을 다물던 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글쎄? 너니까?"

실로 이해가 가지 않는 답변이었다.

그날 루카는 생각해보라며 당황한 마리네뜨를 향해 눈을 반달로 접어 미소 짓곤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집에 가는 길 사고 회로가 정지된 마리네뜨를 두고... 말이다.

 

다시 현재.

생각에서 벗어난 마리네뜨는 한숨을 내뱉었다.

"왤... 까."

언제부터 그가 자신을 좋아했는지 모른다. 왜 좋아하는지 그녀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의문투성이였다.

그날 밤. 마리네뜨는 자기 전까지 한 명의 사람만을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ㅡㅡㅡ

 

 

"생각은 해봤어?"

 

골목 어귀에서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루, 루카?"

마리네뜨는 고개를 들어 제 앞에 상대를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카락과 푸른 눈이 햇빛에 비쳐 반짝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임에도 평소와 다른 생각을 해버렸다.

루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고백의 후유증 일지 모르나. 루카와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그녀의 얼굴이 단숨에 타올랐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였다. 평소에 편하던 그가 어제 일로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고 분위기가 답답했다.

마리네뜨는 인사를 끝으로 도망가려 했다.

"그럼.."

휙. 앞을 막힌 마리네뜨는 의문이 서린 당황스러운 눈으로 루카를 쳐다보았다.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어제의 답을 줬으면 좋겠는데."

 

"어어...."

 

 

머리가 어지러웠다. 답을 내리지 못하고 얼굴은 타올라 볼은 홧홧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 근처에서 들리고 주위 소리가 차단됐다. 오직 세상에 둘만이 존재하듯 그와 자신을 제외한 외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리네뜨는 계속해서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도망가려 했으나 루카의 의해 계속해서 막혔다. 그녀가 도망가려 하면 그는 퇴로를 차단해 입꼬리를 올렸다. 마리네뜨는 그 웃음이 얄미워졌다.

평소에는 다정하던 루카가 이런 장난을 칠지도 몰랐고 고백을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앞을 가로막힌 마리네뜨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될지 골몰에 잠겼다.

 

 

"마리네뜨?"

"......."

"나랑 사귈래?"

갑작스럽고 달콤한 고백에 마리네뜨는 당연히 거절했다.

라면. 좋겠지만 오늘따라 왜 이런 것인지 그녀는 무작정 대답을 해버렸다.

"네."

"고마워."

"네....?!"

사랑의 신이라도 도와주고 있는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겨버렸다. 뒷일은 횡설수설 마리네뜨가 실수한 것이라 설명을 해보았지만 루카는 웃을 뿐이었다.

 

ㅡㅡㅡ

 

 

"안녕, 마리네뜨."

"안녕, 아드리앙.."

하하. 아침부터 피곤이 밀려온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 사람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왜 좋아할까. 날 왜? 어째서? 언제부터. 진심이었을까? 그래. 진심은 맞는 거 같아. 하지만 난 루카를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뭘 어떡해야 되지.."

"뭘?"

응? 분명 혼자 생각했는데 대답이 들려온다.

"아드리앙?!"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마리네뜨는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아, 아니야. 고민은 무슨 그냥 좀 졸려서 그래."

"그래? 오늘은 푹 쉬어."

"응. 고마워."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말을 더듬지 않았음을.

 

ㅡㅡㅡ

 

 

"마리네뜨 좋은 아침이야."

 

등굣길. 루카는 환한 아침 인사를 보냈다.

여전히 잘생기고 빛나는 외모였다.

목소리는 아침 공기에서 유독 튈정도로 감미로웠다.

마리네뜨는 그런 그를 보자마자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쩐지 고백한 일이 있던 뒤로 어색했다.

"하, 하핳. 안.... 녕하세요."

"마리네뜨, 좋아해."

"......."

몇 번이나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다.

당황한 날 보던 루카는 기분 좋게 웃고 그 자리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나타났다.

오늘로 11번째였다.

ㅡㅡㅡ

처음으로 그의 일상이 궁금해진 난. 레이디버그로 변신을 해 루카를 찾아다녔다. 집, 학교, 공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찾은 그는 기타를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햇빛이 잘 드는 장소였다. 큰 나무 아래 의자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마리네뜨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잠시간 눈을 감았다.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가슴 안쪽까지 따뜻해지는 연주 소리였다.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처음부터 좋아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타 소리도 특유의 눈웃음도 달콤한 그의 목소리도. 걱정해주고 챙겨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특별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봐왔다. 그의 고백은 '갑자기'가 아니었다. 항상 그는 색다른 모습으로 다르게 표현하며 고백해왔다. 그것을 그녀는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연주 소리가 바뀌었다.

사랑을 연주하듯 제 마음을 연주하듯. 듣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세상 속에 기타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감미롭고 따뜻하다.

바람을 타고 오던 기타 연주는 마리네뜨에게 다가와 선물을 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태양 아래 석양처럼 조금씩 붉게 타올랐다.

"어떻게... 정말 좋아하나 봐."

ㅡㅡㅡ

오늘 그녀는 달랐다.

햇살을 받으며 가뿐히 일어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내딛는 발걸음은 가볍고 항상 루카가 나타나는 곳에 가게 될 때쯤 조금 느릿해졌다.

"마리네뜨 좋은 아침이야."

"루, 루카도 좋은 아침이에요."

"응, 마리네뜨 좋아해."

"저도요."

루카, 당신을 좋아해요. 이때까지 나를 좋아해 준 만큼 옆에 있어준 만큼 소중하고 좋아요.

"좋아해. 좋아해요. 많이."

루카는 세상에 둘 만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살은 따뜻하고 기분은 좋았다. 그의 얼굴이 좋아한다는 말에 자꾸만 붉어졌다.

"나도. 마리네뜨, 사랑해."

한치에 거짓도 없이 진실되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했다.

그때 마리네뜨는 생각했다.

이제야 좋아한다는 낯선 말을 고백했다. 좋아한다는 말을 입에 담으니 어색하면서도 달콤했다.

드디어 마음을 전하게 되었다. 는 생각을 할 때쯤 그는 말했다.

"사랑해."

이건 당해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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