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그림: 달밍츰

(@kim_987586)

글: 비사팅

(@jmj_021034)

아드리앙이 입을 열었다. "변신 블랙캣."

 

그 한마디에 순식간에 검은 수트가 그의 몸을 덮었다. 뒤이어 고양이와 비슷한 검은 귀와 꼬리가 생겨낫다. 동시에 그의 녹색 눈이 옆으로 길게 쭈욱 찢어져 동공이 축소됐다.

 

블랙캑은 날쌘 동작으로 바람을 가르며 지붕위를 가로질렀다.

 

"왜 날 사랑해?"

 

마리네뜨는 눈앞에 남자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눈앞에 남자는 달빛이 드리우는 금발 위로 고양이 귀가 쫑긋 솟아있었고 검은 수트를 입고 있었다. 남자는 언뜻 당황한 기색을 비쳤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갑작스럽게도 생뚱맞은 질문에 끔벅거리던 눈을 굳혔다. 잠시 멈춰있던 그는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매끄러운 입술이 기분 좋은 유연한 호선을 그렸다.

 

마리네뜨는 여전히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올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조용하되 기분이 좋은 듯 웃고 있자 마리네뜨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른 말하라는 종용의 시선이었다. 반면 그녀가 저를 보는 집요한 시선을 느끼자 기분이 좋아진 그였다.

 

남자는 끌어올려 진 입꼬리를 한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회상에 빠져들었다.

 

드높은 하늘이 푸른빛을 고수하고 구름은 잔잔히 흘러갔다. 따뜻하기도 시원하기도 기분 좋은 바람이 달갑기 그지 없었다. 아드리앙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목표가 정해진 것처럼 어느 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온통 푸른색인 여자가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마리네뜨. 그녀는 청아한 남초롱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빛이 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순간 꽃 나부랭이에 그녀의 눈을 비유한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햇살을 담아 빛나는 눈동자가 유리구슬처럼 투명하고 넓은 하늘과 바다와 견줘도 굴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이라 생각했다. 가느다란 목선에 걸쳐진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청초함에 더해졌다.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마리네뜨."

 

그는 그녀라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녀가 있어서 세상은 아름다웠고 지루한 삶의 의미가 생겼다. 푸르되 따뜻한 붉음이 그의 마음을 가져갔다. 푸른색 눈이 가볍게 휘며 붉은 입술에 맺힌 맑은 미소를 보았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만치 빠르게 뛰었고 애정이 가득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올곧게 뻗어있었다. 그의 녹안네 담긴 푸르름이 그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볼 언저리가 붉게 달라오른 그는 무어라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만이 들릴 크기의 목소리었으나 휘몰아치는 그의 마음을 한 단어로 압축한 단어였다.

 

"블랙캣"

 

그가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왔던 마리네뜨는 다소 딱딱한 경향이 담긴 시선과 목소리로 남자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빠져나온 그는 눈앞에 그녀를 제게 담았다. 마리네뜨의 푸른 논동자와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의 미소가 찬찬히 퍼지더니 한층 더 짙어졌다.

 

그 순간 그는 말했다.

 

"그냥."

 

허무하리만치 간결한 대답에 아리송해진 그녀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세상 기쁜 듯 만면에 싱글벙글 미소를 띄우며 웃고 있는 블랙캣이었다.

bottom of page